당신을 사랑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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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最初의 기억은 무엇인가. 뱃속에서 듣던 잔잔한 음악? 분주한 의사들의 목소리? 혹은··· 너무나도 다정한 일상의 순간인가? 아, 차갑게 내쳐진 기억일지도 모르지. 어린 새가 처음 마주한 것을 어미로 생각하여 따라가듯, 최초의 기억을 두 눈에 박아두고 그 발자취나 따라 흘러가는 것을 인생이라 부르던가.
나의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 하늘 아래 가장 어두운 곳에 버려져, 곡소리나 내지르는 깨져버린 인형 틈 사이에서 눈을 떴다. 그 어린 몸으로 높은 곳에서 추락하여 쨍그랑 울리는 쇠들의 박수 소리를 발판 삼아 쥐 같은 삶을 살았다. 그렇다면 나의 인생은 어떻게 되어야 하겠는가? 악착같이 살아남아 천금을 손에 쥐어도, 이름만 들어도 덜덜 떠는 사람이 되어도, 그 최후最後는 최초의 기억과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
" 린, 린웨이···. "
꽃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먹고 배를 채울 수도 없고, 몇 송이 꺾어서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전부 비슷하게 생기어놓고 다 다르다는 것이 우스웠고, 쓸모도 없는 것을 비싼 돈을 써가며 사 간다는 것이 어리석어 보였다. 수풀 림林에 장미 미蘼. 너를 수식하는 것이다. 네 몸을 채운 것이기도 했고, 내 손에 들려있는 것이기도 했다. 장미는 어쩌다 사랑의 상징이 되었는가. 쉽게 닿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그 아름다움에? 혹은―
" 린, 당신이 말했죠? 사랑해달라고. "
장미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제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손에 장미의 날카로운 가시가 파고들어 갈라진 살 틈 사이로 붉은 강이 흘러내렸다. 천천히 손에 힘을 풀자, 붉은 물을 잔뜩 머금고 싱싱해진 노란 장미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남은 것은 매혹적인 장미의 잔향과 상처, 손에 쥔 것을 잃었다는 공허함 뿐.
" 당신이 최고의 복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
네, 당신을 사랑할게요. 당신의 품안에서 잠들고, 그 손 안에 놀아나며 당신에게 복종할게요. 당신은 저를 내치지 않는다고 했죠? 저를 품어주신다고, 사랑해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날 사랑하는 것처럼··· 다정한 흉내를 내면서.
느릿하게 허공으로 떠오른 발이, 마찬가지로 느리게 하강해 장미를 짓밟았다. 바스락, 짧은 비명소리를 내뱉으며 탐스럽던 잎이 전부 찌그러져 흉하게 떨어졌다. 아름답던 장미에 남은 것은 흉하고, 날카로운 가시뿐. 입꼬리가 끝도 모르고 상승하는 것을 느꼈다. 기이함을 느낀 심장이 쿵, 쿵 뛰며 당장 도망가라 소리쳤지만··· 이미 향에 홀려버린 머리가 그 말을 들을까.
" 날 내치지 않고서 어떻게 복수하겠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
" 그 끝은 분명 볼품없겠죠. "
눈을 한 번 깜빡이자 세상이 반전되었다. 짓밟히던 장미는 어디 가고, 저를 짓밟는 노란 장미가 보였다. 그 손에 매달려 울고, 애원하는 저가 보였다. 하루도 빠짐없이 장미 가시에 찔린 상처가 흉이 되어, 울퉁불퉁해진 제 손이 보였다. 서로를 사랑하며 행복해하던 꽃잎 같은 일상은 사라지고, 오로지 가시의 고통만이 남았다.
하늘 아래 가장 따스한 곳에 버려져, 울음소리 내지르며 네 품 안에서 눈을 뜨는 미래. 쥐에서 기껏 인간이 되었으나, 스스로 목줄을 걸어 개가 되는 미래. 최초의 기억에 걸맞은, 나만을 위한 아름다운 미래가 아닌가.
" 맹세할 서誓에, 하늘 건乾. "
" 제 이름의 뜻처럼― "
" 당신만을 사랑하겠노라, 하늘에 맹세하겠습니다. "
그러니 날 지옥으로 떨어트려 줘요. 내 사랑. 나를 짓밟고, 끌어안으며, 날 사랑해줘요. 제 눈이 당신을 향하지 않는다면 뽑고, 사랑이 아닌 원망을 내뱉는다면 기꺼이 성대를 끊어버리면서, 날 당신의 품 안에 가둬줘요. 당신밖에 모르도록, 그리하여 더욱 빠질 수 있도록, 내가 더욱 비참해질 수 있도록.
" 사랑해요, 린. "
―그 아름다운 향기에 취해서?
Fin. 내 아름다운 장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