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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거/다냥] 如怨如慕

R_DS 2023. 4. 17. 13:07

*노래를 연속 재생으로 설정해주시면 글의 끝까지 노래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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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원여모 [如怨如慕] :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모하는 것 같기도 함

겨울밤이었다. 카지노가 대거 성장하고 다거가 피아노를 멀리하기 시작한 날, 다냥은 독한 감기에 걸렸다. 열이 올라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눈을 깜빡이면 수시간이 지나있었다. 다냥은 꿈속을 헤매면서 과거를 회상했다. 어렸을 적 몸이 자주 아프던 자신, 그리고 항상 간호 해주던 그의 오빠. 언제나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사이였다. 다거가 거리를 두기 전까지.

 

다냥은 이유를 알지 못했다. 특별한 사건도 없었고, 그 어떤 사고도 없었기에. 그저 점차 멀어지는 다거를, 아니, 걸음을 멈춘 다거를 바라볼 뿐이었다. 콜록, 켁. 속에서 몰아치는 것이 입 밖으로 터져 나오며 목을 긁었다. 따끔거리는 목구멍, 얕게 올라오는 혈향. 다냥은 다시 눈을 감았다. 언뜻, 누군가 자신을 쓰다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꿈을 뚫고 들리는 흐느끼는 소리. 다냥은 피아노에 앉아있었다. 이제는 망가져버린, 하지만 가장 깔끔했던 피아노. 다냥은 익숙하게 건반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눈을 감았을 때, 언젠가 항상 바라왔던 손길이 느껴졌다. 땀이 난 몸을 닦아주는 손. 물수건을 갈아주는 손. 자신의 손을 이마에 대고, 기도하는···

 

내 오빠.

 

다거, 역시 날 버리지 않은 거지? 네 얼굴이 보고 싶어. 나를 위해주고, 걱정하는 그 얼굴이. 다냥은 깨지지 않는 꿈을 바라보다 천천히 피아노 위로 손을 올렸다. 도, 레, 미···. 가벼운 음계는 이어 다거의 노래가 되었다. 그가 가장 빛나던 시절, 그가 가장 사랑하던 노래. 언뜻, 다거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냥아.

난 네가··· 지옥···보단 천국···좋겠어.

너의 모든 죄를 내가···. "

 

아아, 사랑하는 나의 오빠. 다냥은 기이하게 솟아오른 입꼬리를 숨기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터져 나오는 웃음소리를 가리기 위해 더욱 빠르게 피아노를 쳤다. 응, 다거. 꼭 천국에 갈게. 너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양처럼 신의 품에 기댈게. 그리고 저 지옥에 처박힌 널 구원救援할게. 네가 했던 대로, 똑같이.

 

다냥은 눈을 떴다. 언제나처럼 가뿐한 몸. 몸을 일으켜 세워도 떨어지는 물수건은 없다. 다냥은 그럼에도 웃으며 호출벨을 눌렀다. 크루, 오늘도 소식은 없나? 오늘은 □□시에서···. 아아 그래, 내 사랑스런 오빠. 지옥에서 행복하기보단, 천국에서 불행할게.

 

오늘은 다거가 실종된 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Fin. 如怨如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