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復
'쨍그랑'
몽롱하게 부유하던 의식에 날카로운 파열음이 꽂혔다. 번쩍 뜨인 눈에 보이는 것은 익숙한 천장. 신화주는 잠의 손길을 하나씩 떨쳐내며 생각했다. 이곳은 어디인가? 우리 집. 방금 들린 소리는? 무언가 깨지는 소리. 그렇다면 누가 깨트렸는가? 강도, 자연현상, 혹은··· 혹은?
"하늘아!"
황급히 몸을 일으키자 옅은 분홍빛 머리카락이 부스스 떠올랐다가 조용히 하강했다. 달려가려는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 몸이 이불에 엉키며 비틀 흔들렸음에도 신화주는 속도를 늦추지 못했다. 이리저리 뻗친 머리도, 조금 말려 올라간 잠옷도 신경 쓰지 않고 달려간 곳은 거실. 연하늘이 있는 곳이었다.
조각나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컵의 잔해, 그 위로 떨어지는 붉은 비. 신화주는 멍해보이는 연인을 뒤로하고 구급상자를 꺼내왔다. 큰 조각들은 대충 발로 밀어버리고, 작은 조각들은 최대한 피해가며 그의 연인 앞에 도달했을 때. 신화주는 걱정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내밀었다.
"괜찮아? 밴드 붙여줄게, 손 줘."
긴장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손 위로 온기를 머금은 손이 올라왔다.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이면서 신화주는 끊임없이 연하늘의 손을 더듬었다. 하늘아, 괜찮아? 아프지는 않고? 어쩌다 그랬어. 조곤조곤 흘러나오는 말이 걱정을 품고 연하늘의 주위를 맴돌았다.
"···하늘아?"
'괜찮아.' 라던가, '물을 따르려다가 실수로 그만···.' 같은 대답을 생각하며 웃음 짓기도 잠시,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는 것은 무거운 침묵뿐이었다. 일 초, 이 초, 삼 초···. 시계의 초침이 한 바퀴를 돌 때까지 침묵은 흘렀고, 그제야 신화주는 이상함을 느꼈다. 혹시 어디가 아픈 걸까,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걸까, 어떤 큰일이 있었던 걸까 걱정하며 다급히 연하늘과 눈을 마주친 신화주.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쳤다.
"화주야, 눈치챘어?"
수분같은 수초가 흐르고, 드디어 열린 입에서 퍼져나온 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목소리였다. ···비록, 온기는 전혀 없었지만. 신화주는 어느 순간부터 떨어트린 고개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뒷걸음질 칠 때 바스락, 하며 옷과 천이 스치는 소리를 기억한다. 그리고 저가 이동한 경로가 유리조각을 모아두었던 곳이라는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
"이건 전부 다 네 망상이잖아."
나도,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도, 학교도, 전부.
연하늘의 입에서 쏟아져나오는 말은 신화주의 세계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하긴, 누가 멀쩡하겠는가. 고등학교에서 함께했던 추억도, 친구들과 떠들었던 기억도, 심지어는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던 연인마저 거짓이라 하는데. 신화주가 아무리 고개를 내젓고, 더이상 말하지 말아 달라며 빌어도 연하늘의 입이 멈추는 일은 없었다. 학교는 폐교되어 일찍 전학을 가게 되었고, 친구도 없이 학교라는 공간을 떠돌아다닐 뿐이었다며, 네 행복은 사무치게 외로웠던 네가 꾸며낸 망상이다―라고.
"어느 것이 진실일까. 네가 인지하고 있는 것이 과연 존재할까? 이곳은 너의 집이 맞을까? 너는 잠옷을 입고 있을까?"
신화주는 자신의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이것은 우는 게 맞을까? 이것 또한 내 망상이라면? 신화주는 동아줄이 썩어버렸다는 것을 알면서도 잡는 멍청한 사람은 아니었으나, 정신이 무너진 지금은··· 글쎄. 다급히 고개를 들어 올린 신화주. 마주한 것은 언제 상처가 생겼냐느는 듯 사라진 피와 밴드. 다정한 자신의 연인―혹은 망상― 품으로 쓰러지며 신화주는 생각했다. 정말, 지독한 악몽이라고.
†
'쨍그랑'
"···허억!"
몽롱하게 부유하던 의식에 날카로운 파열음이 꽂혔다. 번쩍 뜨인 눈에 보이는 것은 익숙한 천장. 신화주는 잠의 손길을 하나씩 떨쳐내며 생각했다. 이곳은 어디인가? 우리 집. 방금 들린 소리는? 무언가 깨지는 소리. 그렇다면 누가 깨트렸는가? 강도, 자연현상, 혹은··· 혹은?
"하늘아!"
황급히 몸을 일으키자 옅은 분홍빛 머리카락이 부스스 떠올랐다가 조용히 하강했다. 달려가려는 마음을 따라가지 못한 몸이 이불에 엉키며 비틀 흔들렸음에도 신화주는 속도를 늦추지 못했다. 이리저리 뻗친 머리도, 조금 말려 올라간 잠옷도 신경 쓰지 않고 달려간 곳은 거실. 연하늘이 있는 곳이었다.
조각나 바닥에 흩뿌려져 있는 컵의 잔해, 그 위로 떨어지는 붉은 비. 신화주는 멍해 보이는 연인을 뒤로하고 구급상자를 꺼내왔다. 큰 조각들은 대충 발로 밀어버리고, 작은 조각들은 최대한 피해가며 그의 연인 앞에 도달했을 때. 신화주는 걱정스럽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내밀었다.
어라?
"···? 화주야, 왜 그래?"
걱정으로 찌푸려진 미간 사이, 다정함을 품고 있던 눈이 덜컥 굳으며 생기를 잃었다. 자신의 앞에서 저를 걱정하는 애인의 목소리도 신화주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컵의 잔해들이 모여있는 곳.
"···아니, 아무것도."
컵의 잔해들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사라져있었다.
fin. 反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