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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

恒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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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베트로버스(설명첨부)AU입니다. 


恒星 :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별

모든 것을 얼려버렸던 겨울이 가고, 죽어버린 것 위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봄이 찾아왔다. 햇살은 하얗게 빛났고, 나무에 자란 푸른 잎들이 바람에 맞추어 몸을 살랑거렸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한적한 공원으로 향하다보면, 일상의 소음들이 점차 줄어들다 후에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만이 유일한 소리가 되었다.

 

이 곳,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버려진 공원에서 나는 눈을 감고 숨을 죽였다. 이렇게 하면 제 가슴속 병의 수명이 흔들리는 소리가 더욱 선명해졌기에 종종 제 행동에 의문이 들때면 하는 것이었다. 저는 태초부터 긴 수명을 갖고 태어난 축복받은 아이였다. 제 병 안의 녹색 액체는 가득 채워져 흔들 수 없을 정도였으며, 몸도 단단해 아무리 이리저리 다치더라도 단 한 번도 수명에 대해 걱정해 본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이정도는 괜찮잖아. 너를 위해서라면, 이정도는···.

 

" ―야. "

 

" ···?! 자기야, 몸은 괜― "

 

' 짜악- '

 

" 찮···. "

 

가장 먼저 인식한 것은 세상의 변화였다. 분명 저는 네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있었으나, 돌아간 시야에 보이는 것은 굳게 서있는 나무의 기둥들이었다. 이어 볼에 아릿한 통증이 퍼지고, 살을 치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더듬거리며 느리게 올라간 손이 어느새 후끈해진 뺨을 쓸었다. 그러니까, 나 지금··· 맞은 건가? 끼릭끼릭 소리를 내며 힘겹게 돌아가던 머리를 멈추고 눈을 굴려 너를 바라보았다. 힘겨운듯 붉게 달아오른 뺨과 거칠어진 숨, 잘게 떨리는 손, 새하얀 옷에 빼곡하게 새겨진 푸른 글자.

 

" 씨발, 넌 진짜··· 미련한 새끼야. "

 

" ···다 알고 만나는 거 아니었어? "

 

" 닥치고, 설명해. 지금 당장. "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왔으면서, 제게 물어보는 네 모습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 설명이라···. 조그맣게 벌어진 입에서 낮게 새어나온 소리가 씁쓸함을 안고 추락했다. 사실 처음에는 큰 관심도 없었다. 어쩌다 보게 된 수명이 너무 예뻤고, 제 수명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 뿐이었다. 스쳐지나가는 단순한 감상이었기에 관심또한 금방 식었다. 길을 돌아다니다 예쁜 노란색을 보면 잠시 멈춰서 제 수명을 가져다대는 일이 빈번했지만, 그것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태양빛이 뜨겁게 타오르던 날, 너와 함께 길을 거닐다 발견한 노란 들꽃에 반사적으로 걸음을 멈추어 제 수명을 꺼냈다. 이어 노란색을 배경으로 제 수명을 가져다대며 웃었고, 황당함을 담은 목소리가 저를 찔렀을 때. 귀가 조금 붉어지긴 했지만 큰 일은 없었다. 네가 들꽃을 치우고 자신의 수명을 붙이긴 했지만, 상상했던 아름다움에 눈이 반짝이긴 했지만, 그다지 신경쓸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날 이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이면 어김없이 너에게로 달려가 네 수명과 제 수명을 붙여 그 색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다. 처음에는 떨떠름해하던 반응도 점차 무덤덤해져갔고, 찌푸려진 미간을 볼 때면 수명을 보겠냐고 먼저 권하기도 했다. 이 모든 행동이 일상으로 자리잡을 때 쯤, 이변은 일어났다.

 

' ···너, 수명이 줄어드는 속도가 너무 빠른 거 아니야? '

 

' 그런가···? '

 

분명 처음 보았을 때는 저와 네 수명이 비슷했었는데, 지금은 노란색이 더 적었다. 그다지 크게 차이 나지는 않았으나, 차이가 발생한 기간을 떠올리면 큰 차이였다. 너는 대수롭지 않아 보였으나, 수명의 차이가 점차 벌어질 때마다 얼굴이 흔들렸다. 수명은 신이 내린 운명, 의학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처음 몇 번은 병원에 가는 듯 하였으나 한 번 무너지듯 울어버린 날 이후, 너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네 수명을 볼 수 없었다.

 

점차 깊은 늪에 잠겨가는 너를 꽉 붙잡고 버티는 것이 일상이 되었을 때, 나는 내 수명을 꺼내들었다. 짙은 녹음이 병 안에서 넘실거리며 작게 속삭였다. 이정도는 괜찮아, 들키지만 않으면 돼. 이어 나는 눈을 감았고, 이후 너는 늪을 빠져나왔다. 거무죽죽하던 얼굴에 점차 생기가 돌고, 밝은 목소리를 되찾았다. 여전히 수명을 보여주지 않았으나, 오히려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일상을 회복해나갔다. 천천히, 모든 것을.

 

" ···조금이었어. 내가 준 건. 전에 검사 한다고 했던 건 잘 끝났나보네. 다행이다. "

 

" 조금이라고? 그럼 보여줘, 네 수명. 안 본지 꽤 오래 된 것 같은데. "

 

" 듣···자하니 수명이 줄어드는 속도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던데. 축하해, 자기야. "

 

하아-,

" 야. 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몰라? "

 

알지, 설마 모르겠나. 볼을 타고 식은 땀이 주륵 흐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냥 제 수명 한 번 보여주면 끝날 일이지만··· 만약 보여준다면, 벌어질 일이 너무 선명했기에. 잘근잘근 씹히던 아랫입술에서 비릿함이 퍽 터져나왔다. 네 눈에 점차 짜증이 퍼지는 것을 보았다. 미약한 불안함 까지도. 그렇기에 더더욱, 너에겐 보여서는 안 되는데···.

 

네가 다시 한 번 한숨을 푹 내쉬더니, 빠르게 손을 뻗어왔다. 다급히 뒷걸음질 치며 손목을 잡으려 했으나 바늘을 주렁주렁 매달았던 그 얇은 팔을 기억하는데, 어찌 잡을 수 있겠는가. 힘겹게 손을 물리고 제 품을 뒤지려는 네 손을 피해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쳤다. 이제 막 병상에서 일어난 주제에, 무리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 너, 그만―! "

 

" 네가 한 번 잡혀주면 될 일이야···! "

 

이리저리 뻗어오는 손을 피하다, 많은 감정을 담은 목소리를 따라 네 눈을 바라보았다. 죄책감, 불안, 간절함···. 선악과임을 알고 있음에도 간절히 손을 뻗는 아담이 있었다. 찰나의 망설임은 큰 실책으로. 네 손이 결국 제 안으로 들어왔으며, 제 수명은···.

 

" ···하, 조금? 거짓말도 정도가 있지, 견록. "

 

" ······. "

 

" 왜, 왜 그런 거야? 도대체, 왜···. "

 

네 손에서 잘게 흔들리는 녹색이 형편없다. 병의 반도 채우지 못하고 흔들리는 녹음이, 너무나 볼품 없었다. 네 손에 힘이 풀렸을 때, 서둘러 네 손에서 제 수명을 빼오고서는 길게 침묵했다. 정확히는 말이 나오지 않은 것이지만. 속에서 날아다니는 말을 정리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지은 죄를 아는지 아래로 내려앉는 고개였다.

 

" ···됐다. "

 

체념을 담은 네 목소리에 빠르게 고개가 위로 올라갔다. 불안한 미래를 직감한 눈이 덜덜 떨리며 네 말 끝을 쫓았다. 차라리 화를 냈으면,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제 멱살이라도 잡았으면 제 처지는 지금보다 더 나았을텐데. 그렇게 다 포기하듯 말해버리면, 마치 네가 나를··· 버리려는 것 같잖아.

 

" 다시 받아갈 마음 들기 전까지는 찾아오지마. 알겠어? "

 

" 다, 다 설명할테니까··· "

가지마.

 

" ···설명은 아까 했어야지. "

 

죄인을 심판하는 판사처럼, 무거운 판결이 저를 깔아뭉갰다. 저를 다시 보지도 않고 천천히 떠나가는 네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버림받은 짐승마냥 낑낑거렸다. 달려가서 네 손을 잡고, 울면서 무릎을 꿇으면 용서해줄까. 제 얼굴을 좋아했으니까, 이런 저런 예쁘짓은 다 하고 다니면 조금은 날 돌아봐줄까. 당장이라도 달려갈듯 다리에 힘을 주었다가도, 방금 전 네 목소리가 너무 선명해서,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 나, 나는···

 

 

 

저 별들처럼 난 돌고 돌고 돌고

 

그대를 향한 나의 이 어리석은―

 

 

 

" 사랑해서 그랬어. "

 

" 내가, 널 너무 아껴서··· 사랑해서··· 그래서, 그랬던 거야. "

 

" 그러니까··· 나 버리지 마, 란아···. "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머물지 못 하는 내 두 눈에 고인


눈물이 흐르네

 

 

 

그렇게 나의 사랑은 떠나갔다. 아마도, 영원히.

Fin. 恒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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